한 서기관이 예수님에게 말합니다. “선생님이여,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따르리이다.” 말만 보면, 이 서기관은 예수님을 배척하는 다른 서기관들과는 달라 보입니다. 예수님 은 그에게 말씀하십니다. “ 여우도 굴이 있고,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.” 굴, 거처는 쉬는 공간이면서 또한 새끼를 낳고 키우는 곳입니다. 특히 새는 알을 낳을 때 거처를 정합니다. 그러면서 숫자를 키우고 영향력을 확대해 갑니다. 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’ 는 말씀은 예수님이 어떤 특정한 장소를 중심으로 자 기 세력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. 만일 그렇다면 어디로 가든지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말한 서기관은 예수님이 장차 큰 세력을 키우실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.
일반적으로 세상 왕은 도읍지를 정해 활동 근거지로 삼고, 그곳에서 자기 세력을 키우고 또 펼칩니다. 다윗이 왕이 되었을 때도 헤브론으로 올라가서 거기 에서 왕이 되었습니다. 본문의 이 서기관은 예수님에게서 그런 기대를 했던 것 같습니다. 그러나 예수님은 ‘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’고 하십니다. 인자는 자기 세력을 만 들지 않습니다. 자기 세력을 만들어 정치 싸움을 하시지 않습니다. 예수님은 유대인의 왕이시지만 다른 왕들과는 다른 왕이십니다. 자기 세력을 키우려는 왕이 아니라 도리 어 자기를 버리는 왕이십니다. 예수님은 자신을 위한 기본적인 거처도 없이 가난하게 사시면서 오직 생명을 살리시는 일에만 헌신하십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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